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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잡다구리리닭 2024. 5. 3. 00:10

데스노트 처럼, 만약 일기장에 쓴 사건이 일어난다면..?

 

일기는 어릴 적부터 숙제 같은 것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그림일기를 그렸고,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매일 줄공책에 솔직하지 못한 마음을 담아 일기를 적곤 했다. 중학교를 지나 대학과 직장 생활로 넘어가면서 일기를 쓰는 습관은 잊혀졌다. 삶이 매일 새로웠기 때문에, 따로 기록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이 일상이 되고, 날마다 반복되는 무료함 속에서 나는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변화를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일기를 쓴 지 일 년이 지나도, 내 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변화는 사소한 것뿐이었다. 옷차림이나 날씨의 변화 같은 일상의 작은 부분들이 전부였다.

23년 5월 1일 - 맑음

전날 음주로 하루 종일 침대에서 보냈다.

23년 5월 2일 - 맑음

휴일 후 출근. 업무를 보고 저녁에 퇴근했다. 회사에는 연차를 사용한 동료들이 좀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5월 2일이다. 작년 일기와 똑같은 하루가 될 것만 같아, 일기를 미리 써도 될 정도였다. 그래도 무언가 흥미진진한 일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내일의 일기를 연필로 미리 적어보았다.

24년 5월 2일 - 맑음

회사에서 폭력 사고가 발생했다. 동료 A와 B가 의견 충돌로 목소리를 높이다가 몸싸움으로 번졌고, B가 순간적으로 송곳으로 A를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과 구급차가 출동했다. 온통 난리가 났다.

다음날.

회사에 도착한 나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A와 B가 서로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회의실 안은 긴장으로 가득 찼다. 아침 회의가 끝나고 각자의 책상으로 돌아가 업무를 시작했지만, 두 사람의 대립은 계속되었다. 급기야 둘은 몸싸움을 벌이기에 이르렀고, 그 중 B가 송곳을 들고 A에게 상해를 입혔다.

"으아앗!"

"이 새끼가!!"

"억!"

"죽어!!!"

경비원이 달려왔고, 곧이어 119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A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경찰이 도착하여 B는 체포되었다.

'이건 어제 내가 쓴 일기의 내용 그대로야!'

나는 충격과 혼란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소리쳤다. 내가 쓴 일기가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내가 쓴 단어들이 현실을 만들어낸 것일까? 내가 쓴 사건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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